탈북 요리사 이명애 명인이 말하는 남북한 요리의 가장 큰 차이
작가 權準協
2024-08-30

북한 요리사들은 전통 계승과 원재료 맛 보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북한 요리 전문가 이명애(54·사진)씨는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해 북한 음식을 알리고 있다. 고향인 북한 강원도 최대 도시 원산을 떠나 2011년 한국에 입국해 자리 잡았다. 그러곤 그동안 쌓은 실력과 고향에서 9년여간 식당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요리대회에 참가해 여러 차례 수상했고 학생들에게 북한 전통 음식을 전수했다. 또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인을 대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 음식을 소개했다.

2016년엔 북한 요리 명인으로도 인정받았다. 도전과 낙방을 반복한 끝에 사단법인 세계음식문화연구원과 한국푸드코디네이터협회가 지정하는 명인에 올랐다. 최근엔 건강 문제로 전만큼 활동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3~15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서울 국제 마스터 셰프 요리대회’ 중 북한 음식 체험관을 열고 손님을 맞이했다. 탈북민단체 새문화복지연합회 부회장으로 무료 시식 기회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MINGCHU는 15일 행사장에서 그를 만나 남북한 음식의 가장 큰 차이를 물어봤다. 또 준비한 음식이 어떤 음식인지, 꿈과 목표는 무엇인지도 들어봤다.

‘두부밥’ ‘언감자떡’ ‘녹두전’

이 명인은 이날 북한 음식으로 한국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두부밥과 이북 음식 체험 행사에 갈 때마다 설문조사를 하면 가장 인기가 많은 음식인 언감자떡과 녹두전(녹두지짐)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두부를 썰어 튀긴 뒤 칼집을 낸 사이로 밥을 넣어 만드는 두부밥.

두부밥은 삼각형으로 자른 두부를 기름에 튀긴 뒤 칼집을 내고 그 사이 간을 한 밥을 채우고 양념 소스를 얹어 만든 음식이다. 이 명인은 “두부밥은 1990년대 식량이 없어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했던 ‘고난의 행군’ 때 처음 등장한 길거리 음식”이라며 “(한국 길거리 음식인) 떡볶이, 순대, 어묵과 비슷한 간편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유부초밥과 닮은 두부밥은 남녀노소가 즐겨 먹는 대중적인 음식이라고 전했다.

냉동과 해동을 반복한 감자로 가루를 내서 만드는 언감자떡.

언감자떡은 얼렸다 녹이기를 여러 번 반복한 감자로 가루를 내서 만든 감자떡이다. 속으론 보통 양배추와 돼지고기를 넣는데 고기가 없으면 양배추만 볶아 넣기도 한다. 겉을 보면 까맣고 반질반질 윤이 난다. 먹어 보니 떡인데 만두처럼 느껴졌다. 이 명인은 “문재인 (전 대통령)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평양냉면을 먹었을 때도 국수에 언감자 가루를 넣었기 때문에 까맣고 반짝반짝했다”고 말했다.

돼지비계와 백김치를 갈아 넣어 만드는 북한 녹두전(녹두지짐).

녹두전은 흔히 접하는 한국 녹두전과 외관뿐 아니라 맛이 거의 비슷했다. 북한 녹두전의 가장 큰 특징은 돼지비계와 백김치를 갈아 넣어 만든다는 점이다. 이 명인은 “북한 녹두전이 더 고소하다는 평이 많은데 비계와 백김치를 넣어 그렇다”며 “행사에 갈 때마다 메뉴를 계속 바꿔 나가는데 평가 시 항상 상위권 메뉴”라고 설명했다. 그는 두부밥과 언감자떡, 녹두전뿐 아니라 평양냉면과 원산 불고기도 자주 선보인다.

남북한 음식의 최대 차이

비슷해 보이는 남북한 음식은 무엇이 다를까. 이 명인은 북한은 원재료 맛에 충실히 요리하고 한국은 양념과 부재료 맛에 집중해 음식을 내놓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기(한국)는 멸치볶음을 하면 멸치보다는 물엿과 꽈리고추에 더 집중한다”며 “북한은 집에 들어가면 무슨 음식을 했는지 바로 알 정도로 재료에 충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 재료에 충실해 맛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은 전통을 최대한 살리려고 하고 한국은 현대와 조화를 추구한다고 봤다. 이 명인은 “전통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간 음식은 다 만들기 힘들지만 전통을 지켜 한 음식은 맛도 좋고 질리지 않는다”며 “북한은 요리사를 국가가 키워서 전통을 최대한 살리고 기본을 지키려 하는데 이런 면에선 북한을 칭찬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도 중국과 일본 요리의 영향을 받았지만 가장 중시하는 건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물을 꼽았다. 이 명인은 한국에서 북한 음식을 만들어 먹어도 북한에서 만들어 먹는 맛이 안 나는데 가장 큰 원인이 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탈북민들도 ‘왜 모든 조건을 북한에서 하고 똑같이 해도 먹던 맛이 나지 않을까’하고 의문스러워한다”며 “원인은 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담컨대 물은 북한 물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물이 진짜 맛있다”고 덧붙였다.

탈북민단체 새문화복지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3일 열린 북한 음식 체험 행사에서 두부밥을 시식할 수 있게 만들어 내놓고 있다.

이명애 명인의 꿈과 목표

이 명인은 앞으로도 북한 음식을 알리는 홍보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음식만큼은 북한 음식에 자부심을 느끼고 세계인이 알아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북한 음식이라고 하면 순대랑 평양냉면으로 한정돼 있었고 너무 못 사는 모습만 나와 요리가 없는 것처럼 비치는데 그렇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담백하고 맛있는 음식이 많아 사명을 두고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세계인이 가장 맛봤으면 하는 음식으론 언감자떡, 원산잡채, 닭껍질삼색쌈을 꼽았다. 원산잡채는 고기 대신 해산물을 넣은 잡채, 삼색쌈은 여러 재료를 김밥처럼 말아먹는 요리다. 이 명인은 인기가 많아 마니아층이 있는 평양냉면에도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제일 주력했던 건 냉면”이라며 “예전에 냉면 식당을 운영해 보기도 했고 지금도 제대로 된 고급 냉면 식당을 내는 게 너무 이루고 싶은 소원”이라고 전했다.

이 명인은 요리가 어떤 의미이냐는 질문에 “몸의 일부”이자 “원동력”이면서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힘”이라고 정의했다. “훗날 통일이 됐을 때 북한 음식이 세계인에게 낯설지 않은 음식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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撰稿 權準協
責任編輯 Mavis
攝影 李康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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